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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석학

5th. [영화 ‘버닝’ 리뷰 마지막 편] N 세대의 익명성 속에 숨은 청춘

5G 시대, N으로 상징되는 세대의 연결은 가능한 지 묻는 영화 버닝

 연상엽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걸까? 아프리카에서 항공편이 연착되지 않아서 혜미를 만나지 않았다면, 비닐 하우스를 태우는 취미가 있다고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면, 포르쉐가 아닌 국산 자동차를 소유했다면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을까. 반포로 상징되는 연상엽의 안온한 세계에서 그는 미술 전시회장에서 행복하게 웃으며 만찬 비슷한 식사를 한다. 유아인에게는 그가 향유하는 삶의 양식은 정말 수수께끼 같았을 것이다.  혜미를 매개로 연상엽의 벙커사회와 유아인의 날선 사회가 우연히 만난다.

 가진 게 많고, 지킬 게 많으면 자신이 소유한 것을 빼앗길까 노심초사 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다. 그래서 부촌에 가보면 그들만의 세상에서 높다랗게 담을 쌓고 방범 카메라를 설치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빼앗긴 자신의 여자친구 때문에 분노하고 의심하는 것은 유아인이다.  연상엽은 순진하리만큼 타인을 믿고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아인이 영화 마지막에 외진 곳으로 불러내도 아무런 의심없이 그를 만나러 나온다. 유아인이 살의를 품고 그를 불러냈음에도 말이다.  연상엽이 타인에게 보이는 신뢰 수준과 유아인이 품은 의심과 살기 가득한 모습이 현재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단도로 상징되는 최승호의 화는 유아인의 꿈 속에 나타나 비닐 하우스를 불태웠다가 종국에는 연상엽을 향하고 포르쉐를 불태우고 만다. 사실 유아인은 아버지를 미워하기 때문에 그가 화를 내야하는 대상은 연상엽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므로 유아인의 해소되지 않은 화는 연상엽을 향하게 되고 희생자 아닌 희생자를 만든다. 우리사회는 현재 이와 같은 모습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감독은 보여준다. 

화를 상징하는 단도와 불타는 이미지가 세대 간에서 계층 간으로 옮아가는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감독은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화를 상징하는 ‘버닝’의 이미지이지만 감독이 은연 중에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도 있다. 

그것은 모두를 뜻하지만 그 누구도 뜻하지 않는 N이 상징하는 높은 타워, 없는 것을 은폐하는 마임, 마임 교습소의 가면 쓴 얼굴들을 통해 오늘날 청춘들에게 익명성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현실세계에서 만났을 때  한국사회의 신뢰 수준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낮은 신뢰수준으로 인해 생기 넘쳐야 할 청춘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살인하거나 소거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연재를 마치며...

‘버닝’이라는 영화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리뷰가 방대해지고 글이 길어졌습니다. 다 읽으실 분이 계실 지 모르겠지만, 이런 시각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봐주었으면 하는 게 초보 리뷰어의 바람입니다. 또 찾아주세요. 창작의 단계 초입에서 콘텐츠 생산자가 되고자 합니다. 작가가 되는 그 날까지 쓰고 또 쓰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마무리 잘 하하시고 내일은 한 뼘 더 행복해지는 나날 되길 희망하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