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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석학

3rd. ‘버닝’의 세 주인공, 결핍 세대의 missing link를 찾는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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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자친구, 그녀는 아프리카로 떠났을까? 아니면 연상엽에게 수집 당한 후 흥미를 잃어버린 그에 의해    호숫가에서 익사 했을까?>

Subject : 결핍세대의 갈등 

 영화 ‘버닝’의 세 캐릭터가 추구하는 공통적인 것이 있다. 이들 셋 모두 자신에게 없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여주인공은 존재하지 않는 귤을 실재하는 것처럼 먹는다. 연상엽은 본인에게 필요없는 ‘삶에 대한 노력’을 찾으려 한다. 유아인에게 없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이것은 유아인에게 원래 없는 것이고 그에게 속해있지 않은 것이지만  유아인은 이것이 응당 자기의 것이라고, 자신에게 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빠져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는 점에서 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다른 의미의 결핍 세대이다. 
 
유아인 본인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머니의 모성, 여자친구와의 사랑 등 인간의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가치들이다.  하지만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유아인에게 결핍된 것은 진실과 거짓을 분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유아인의 추리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있다. True of False를 분별 할 능력을 결핍한 유아인은 오판을 하고 잘못된 추리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우는 유아인은 아버지의 탄원서에 조차 cliche를 쓰는 우를 저지른다. 자신의 친부가 평소 살가운 이웃이었다느니 하는 말이다. 유아인은 동네 이장에게 핀잔을 듣는다. 당신 아버지가 친절한 이웃은 아니었다면서. 
 
 진실과 거짓을 판별 할 능력이 없는 유아인에게 감독은 수수께끼 해결의 실마리를 영화 초반에 쥐어준다. 유아인이 1톤 트럭에서 찾은 열쇠가 그의 수수께끼를 푸는 첫 번째 단서이다. 그 열쇠는 아비의 분노가 숨겨진 금고를 푸는 단서이다. 감독이 살인을 유도하려고 단서를 제공했을까. 아버지가 왜 단도를 금고에 숨길 수 밖에 없었는지 부모와 부모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한 마리 남은 소를 시장에 내다 판 유아인은  탄원서를 쓰는 등 자식으로서의 도리는 다하지만 아버지를 미워하는 그 이상은 감정은 갖지 않는다. 
 
 유아인은 소설가가 되고자 한다. 소설은 허구적 이야기다. 그러나 유아인처럼 진실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소설은 사실에 바탕을 둔 허구가 아닌, 허구에 바탕을 둔 허구가 된다. 여자친구에게 전해들은 우물이 실재 있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유아인은 여자친구네 분식집에도 가보지만 허탕을 친다. 또한 16년 만에 만난 엄마에게 물어본다는 말이 고작 예전에 우물이 있었는지 여부다. 우물 이야기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여자친구가 지어낸 것 일 수도 있다.  관객에게 우물은 실재했는 지 여부와 관계없지만 유아인은 우물이 실재했음을 통해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진실을 말한 것이고,  그 말이 진실이라면 자신을 쉽게 떠났을리 없다는 게 유아인의 추리다. 

 여자친구가 사라진 골방에서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지만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결여한 그가 소설을 제대로 써내려갔을리 없다. 유아인더러 진실을 파악하는데 게을렀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 능력의 부재는 누구의 탓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