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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 앞 빈 건물에 선거사무소가 개설되었다.

철거고지가 된지 3개월이 지났을때였다. 내리막 길에 걸터 앉은 4층 높이의 건물이었다. 주인이 바뀌면서 기존의 입주자들이 건물을 비운 상태였다. 고양이들이 오가며 건물을 휘저었다. 한산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상점이 들어있던 위치에 사무실 칸막이가 들어서고 간이 전기시설이 가설 되었다. 당명을 적은 현판도, 기호도 없어서 선거사무실이 맞나 싶지만 왕래하는 사람들 면면을 들여다 보면 사전선거운동 기간 전에 물밑 작업을 하는 듯 보였다. 짙고 푸른 바다에 먹을 들이 듯한 색깔의 점퍼로 통일하되 바지와 운동화는 가볍고 단촐했다. 지적편집도를 들여다 보며 동네를 파악하는 모습이었다.

이 동네를 말할 것 같으면 거대한 두 오름이 대로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형국이다. 각 오름 아래쪽은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가파른 지세를 올라갈 수록 주택이 밀집되어 있다. 강을 건너면 남쪽 오름이 시작되는데, 예전에는 군사시설이 편재해 있어 함부로 들여다 볼 수 없었고, 궁금해봤자 알 수 없거나 미궁으로 이어지기 쉬웠는데, 이제는 그 대신 스핑크스의 위용을 자랑하는 구청건물이 들어서서 오름으로 진입하려면 이 곳을 먼저 거쳐야 한다.
사무소는 정반대의 위치에 들어선 것이다.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돌아서 지구 반대편의 국가에서는 부고기사로 신문지면을 다 채웠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아침이었다. 국내면에는 범죄조직이 거주자 명부를 탈취하기 위해 시도를 했는데, 내부자의 협력을 도모했다는 점이, 예전의 해외서버를 이용한 공격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분석기사가 실렸다.

 산책을 하러 집을 나서는데 예닐곱의 사람이 사무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에둘러 길을 돌아서 빵집과 약국에 들렀다. 돌아와 보니 사람들은 불어나, 길게 줄지어 있었다.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